한국 영화가 지금 절정기에 있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가 일반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양쪽 측면에 걸쳐 국내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의 독립영화 작가들이 거둔 성과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독립영화는 당연히 주류상업영화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독립영화 영역이 확실한 기반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영화문화가 지금의 강력함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 시네아스트(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 와 시네필(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상당층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1993년이라고 하는 정치적
전환점에 대해 잠시 언급해 두자. 이 전환기가 없었다면 지금 현재는 있을 수 없었다라고 감히 단언한다. 군사정권으로부터 문민정권으로의 이행, 그에 따른 검열의 완화, 국가와 문화의 세계를 향한 개방. 10년 전,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스스로의 문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그들은 그 과정에서 새롭게
얻은 자신의 시점으로 자신들의 외부에 있는 사회나 문화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응시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보기 좋게 그 찬스를 움켜쥐었다. 또한 지금까지
그들이 잡은 것들을 놓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이 독립영화의 최전선을 소개하는 일주일간은, 모든 영화의 장르를 총망라한다. 장,단편 극영화,다큐멘터리,디지털 작품,애니메이션,실험영화, 비서사 영화 등. 여기 모인 작품들은 지금까지 터부시 되어왔던 사회적 혹은 성적인 문제들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엄격하고도 성실한 태도로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또한 거기에 공통되는 것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언어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구사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영화에서 아직도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그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토니 레인즈(영화평론가,「한국독립영화 2004 프로그래머」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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